연합한 자(롬 6:5-7)
1.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을 본받아 연합한 자가 되리라](5)
1)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블랙(Black)은 본 구절을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생애와 같이 희생적인 삶을 살 수 있을 만큼 성장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공유하게 된다'라고 해석한다.
머레이(Murray)도 이 해석에 동의한다. 그러나 본장 어느 곳에서도 그리스도와 성도의 연합이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삶에까지 자라난다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는 구절은 없다.
따라서 본절은 이미 바울이 앞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성도가 세례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와 함께 연합되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는 용어일 뿐이다(Hendriksen, Barmby).
2) “또한 그의 부활을 본받아 연합한 자가 되리라”
'되리라'는 원어상 본절에서 바울이 장래에 일어날 성도들의 신체상의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은 생각한다.
또한 몇몇 주석가들은 본절에서 사용된 시제가 미래 시제이기에 이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연합함으로써 당연히 초래되는 결과적 사실을 암시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본절은 이상에서 언급한 두 가지 견해를 모두 포괄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심사숙고해야 할 사항은 바로 앞절에서 언급된 그리스도의 부활이 몸의 부활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바울은 그리스도가 부활했던 것과 똑같이 우리도 그렇게 부활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바울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그에게 속한 자들에게 허락되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과 연관시켰다. 그 삶은 장래 뿐만 아니라 현재에 속한 것이다.
2.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죄의 몸이 멸하여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노릇 하지 아니하려 함이니](6)
1) 우리가 알거니와
여기서 '우리'는 바울과 유대인이 아니라 바울 자신과 그의 복음을 들은 자들을 가리킨다. 여기서 그의 복음을 들은 자들을 단순히 로마에 있는 성도들만으로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즉 바울은 진술하고자 하는 대상으로 복음에 대한 경험적 지식을 가진 자들 모두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 “우리 옛 사람”
바울은 '사람'을 두 종류로 구분하여 '옛 사람'과 '새 사람'이라고 칭한다.
'옛 사람'은 본질적으로 마음이 악하여 죄에게 종 노릇하는 사람이며(6절), 하나님에게서 떠난 사람이다.
'옛 사람'에 머물러 있는 자들은 죄를 지어도 그 죄로 인해 아무런 갈등을 느끼지 않으며, 바람에 밀려 다니는 돛단배와 같이 죄의 세력에 따라 이리 저리 끌려다닌다.
3)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은”
이 표현은 3절에 기록된 바와 같이 우리가 세례를 받음으로써 그리스도와 합하였다는 뜻이다.
동시에 이 말은 우리가 죄와 죽음이 지배하는 낡은 질서에서 떠나 의와 평안이 있는 새로운 삶의 영역으로 들어갔다는 의미도 된다(갈 2:20).
결국 이 말씀은 그리스도와 연합된 성도는 더 이상 육체의 욕심을 따라 살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따라 생활하는 삶의 변화를 가리킨다(고후 4:11;골 2:20).
4) “죄의 몸이 멸하여 다시는 우리가 죄에게 종 노릇 하지 아니하려 함이니”
옛 사람이 죽은 것과 죄의 몸이 멸하는 것은 같은 의미이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을 한 사람은 죄에게 종노릇하지 아니한다.
비록 성도가 현재의 삶 속에서 죄를 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나 신분상으로 이미 죄의 몸은 죽은 상태에 놓여 있다.
옛 사람이 그리스도와 함께 죽은 사건은 반복적인 사건이 아니라 성도에게 단일회적인(once for all)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이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엡 4:22) '새 사람을 입으라'(엡 4:24)고 권면한 것은 무슨 의미인가?
성도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새 생명을 소유하게 되는 연합의 체험으로 '거룩한 백성'으로 불릴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성도의 현재적 삶은 항상 죄를 지을 수 있는 가능성 속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바울은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엡 4:24)고 권면했던 것이다. 이 권면은 한 마디로 신분에 걸맞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라는 의미가 된다.
3. [이는 죽은 자가 죄에서 벗어나 의롭다 하심을 얻었음이니라](7)
1) “죽은 자가 죄에서 벗어나”
여기서 하나의 난제가 있다. '죽은 자'가 그리스도를 지칭하는가 아니면 그리스도를 믿고 그와 함께 십자가의 죽음을 체험한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키는가 하는 문제다.
대부분의 주석가들은 비록 본절이 단수로 언급되었으나 그리스도가 죄에서 벗어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그리스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는 본 구절이 일종의 일반 명제로서 할라카(Halakah)에 언급된 랍비적 가르침이라는 사실이다.
바울이 유명한 유대인 교법사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교육받았고(행 22:3) 랍비의 지식과 유대인 전통에 정통(正統)했던 점을 미루어 보아 본절이 어떤 특정한 사람을 가리키기보다는 일반적인 명제로 언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베드로도 일반 명제 형식을 빌어 '육체의 고난을 받은 자가 죄를 그쳤음이니'(벧전 4;1)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한편 '죽은 자'와 연관해서 혹자는 '성도'는 죄를 지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이미 죽으신 그리스도와 같이 성도는 모든 죄와의 관계에 있어서 죽었으므로 죄에 대해 무감각한 상태에 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나 성도가 죄에 대하여 죽었다는 것은 죄에 대하여 무감각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죄의 세력 내지는 죄의 영역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다.
2) “의롭다 하심을 얻었음이니라”
본절은 칭의의 순서적 과정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우리의 죄 씻음이 이루어짐을 믿고 회개하는 자에게 죄의 세력으로부터의 해방이 이루어지고 동시에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의롭다 함을 얻는 것이다.
칼빈(John Calvin)은 본절이 죄의 세력으로부터의 구원을 의미한다고 지적하면서 재판관의 판결로 사면(赦免)을 받은 죄수가 그 순간 기소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듯이 성도가 죄의 노예 상태에서 자유의 몸이 되는 것도 매우 실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였다.
한편 유대인들은 본절을 '사람이 육체적으로 죽으면 그것으로 율법의 의무에서 해방을 받는다'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사람이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는 하나님의 마지막 심판 날에 자기의 죄를 책임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벧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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